겨울의 짧은 해가 서 산으로 꼴깍 넘어갔다. 노을이 붉게 물든 하늘가로 겨울 철새들이 줄지어 날아간다. 거리엔 떨어진 나무잎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져 다니고 차가운 바람은 칼날처럼 옷깃을 헤집고 살갛을 찌른다. 사철 내내 그림처럼 푸른색으로 서 있던 사철나무가 뒤늦게 주렁주렁 빨간 열매를 꽃처럼 매어달고 붉은빛으로 겨울을 이기려한다. 그래도 찬바람 이는 어스럼 저녁, 불빛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는 발길은 바쁘다. 잔 노을이 어둠과 함께 앞산 능선을 푸른빛으로 비추어오고 어느새 잎을 떨군 裸木들만 산 정상에서 벗어진 머리에 어쩌다 돋아나는 머리칼 마냥 우스꽝 스럽다. 오고가는 사람없는 한적한 골목길, 얽힌 전선줄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쓸쓸하다. 겨울의 성급한 어둠이 하나 둘 불빛으로 살아나는 시간, 차가운 바람과 悔恨이 어두운 거리에서 문득 내 가슴속을 점령한다. 궂이 관심을 두고싶지 않았던 나의 他人들, 內面으로와 자연만을 향해 두었던 나의 시선은, 어쩌면,날카롭다 못해 아프기만 한 삶에 대한 비겁한 나름의 이유 였듯이 세상의 잣대로 새삼스럽게 나를 바라보게 되는 오늘,추위 때문인지,어깨가 움추러든다.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내가 만나는 사람들,거듭되는 많은 生의 지나가는 한 순간일 뿐인데, 앙금처럼 남아있던, 세월의 길이 만큼 많은 미련들이 매마른 종이를 적시듯 슬며시 심사를 적신다. 요즈음 내 어머니냐 네 어머니냐 를 따지는 사람들로 부터 구순 노모를 모셔다놓고, 걱정만 하고 타이르기를 일삼던,인자하고 다정했던 그이가 어느새 아이처럼 천진한 눈빛을 하고 기억의 사각지대에서 오락가락 한다. 언젠가 나도 그이의 뒤를 따라 그 나이의 문을 지나갈 터 인데,, 어쩌면 부모의 長壽는 자유분방한 개인주의 시대의 우리들에겐 무거운 짐이고 고통 일것이다. 늙음은 구차한 것인가, 오!!언젠가 보게될 나의 모습이여!, 한때의 찬란한 젊음도 이제 가슴 한켠의 아릿한 아픔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출처 : 선이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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