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동아기획이야기

[스크랩] 오늘 49

명호경영컨설턴트 2008. 12. 11. 06:25
바다와 맞닿아있는 해안도시인 이곳은 태풍이 닥아오면 어김없이 습기찬 바람이 몇일전 부터 불어온다. 하늘은 진즉부터 나즈막히 내려앉아,바람과 함께 빗방울을 흩뿌린다. 둥글게 자리잡은 사철나무 위에 누렇게 시들어 엎드려 있는 호박닢들이 비와 바람에 을시년 스러운 오후,재잘거리며 떠들던 한떼의 아이들이 돌아가 버리고나니 이내 적막이 익숙하게 교실을 차지한다. 비에 젖어 차분해진 운동장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무가지들과 회색빛 하늘아래 낮게 날고 있는 비둘기 한쌍이 곧 닥아올 겨울을 예고 한다. 한창 세간의 화제거리가 되고있는 男女의 로맨스는 본인들 에게는 절대절명의 위기의 순간이겠지만 날카로운 칼날처럼 모로 서서 위협하던 우주에 서려있던 투쟁의 氣가 물러나고 세상은 이제 자연의 부드러운 氣안에 들어 안도 하고,그저 이웃의 잡다한 관심거리를 �아 긴장하고 있던 위험에 대한 動物的本能을 해소 하기위한 꺼리일 것이다. 땀흘려 가꾼 곡식은 영글고 이제 불어올 태풍은 대기중에 방랑자 처럼 떠돌던 먼지며 더운 기운과 축축한 습기 마저도 휩쓸어 가고,우리 에게 높고 푸른 가을하늘을 보여 주게 되리라, 사람이 늙게 되면 자연스럽게 지혜로워 지는데,그것은 시간에 대한 차원높은 깨달음일 것이다. 이제 짧은 이 가을이 가면 겨울이 오고,겨울이 지나가면 봄이 춤추듯 올것이라는 당연한 그 이치 말이다. 피부에 와닿는 서늘한 바람이 기분좋게 느껴지는 가을은 무더운 여름을 힘겹게 이겨온 사람들에게 베푸는 神의 은총일 것이다.
출처 : 선이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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