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은 가끔씩 잊고 사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네 부모들도 나와 같은 10대와 20대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인어공주는 멜로라는 코드를 어머니의 첫 사랑이라는 내용으로 포장함으로써,
남녀 사이의 관계로 흥행 요소를 두고,
가족이라는 코드로 감동이라는 요소를 배치합니다.
시도때도 없이 탁탁 침을 내뱉는 어머니
아버지를 사납게 구박하는 어머니
남의 시선 아랑곳 없이 거리에 버려진 물건을 주워오는 어머니
고운말을 써도 좋으련만 꼭 욕으로 일관하시는 어머니
남의 상가집에서 돈 떼어 먹고 죽었다고 고래 고래 소리치시면서 우는 어머니
남의 때를 미시면서 생계를 꾸려 나아가시는 어머니
나영이는 그런 어머니가 창피하기만 합니다.
언젠가부터 아줌마라는 표현은 염치없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만 해석되었습니다.
지하철에서 Bag을 던져서 자리를 잡고,
100원이라도 더 깎기 위해 악을 쓰는...
그런 아줌마 아니 우리네 어머니에게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수줍어서 아무말 못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뛰어 다니시던 때도 있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떠나간다는 말에 몹시도 아프셨던 때도 있었습니다.
삶의 고단함에 무뎌지는 감수성을 드라마의 허구로 채우셨지만,
사랑의 열병에 애태우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우리와 같은 모습이 있었습니다.
인어공주는 지금의 억척스러운 우리네 어머니와 그 분의 첫 사랑을 보여줍니다.
그 곳에는 가슴시린 애뜻함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마지막에 사납게 구박만 하던 아버지가 돌아 가실 때,
가슴을 찡하게 하는 대사가 나옵니다.
"내가 이런 꼴 안 보려고 내려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사람들이 사랑은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사랑해'라고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식 외쳐야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랑에는 그런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언어로 구체화되면,
공기 속에서 산화되는 것이 두려워 가슴에만 품은 사람도 있습니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애뜻해 하는 사랑도 있습니다.
있는 욕 없는 욕 하면서 구박하면서도 '밥은 먹었냐?'라고 물어 보는 사랑도 있습니다.
지하철에 가방을 던져 자리를 맡는 얼굴 두꺼운 일을 해 놓고는 자식을 앉게 하는 사랑도 있습니다.
아직 많이 살아 보지 못해서 이렇다 저렇다 말은 할 수 없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점점 속으로 속으로 깊어져 가서,
자식들이 느낄 때에는 그것이 사랑인지 미움인지 잔소리인지 모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어머니는 출근하는 제게 말씀하십니다.
'차 조심하고, 점심 꼭 챙겨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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