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테크/영화세상

[스크랩]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1. 14. 23:13


 

 

 

 

 

 

 

글이라는 게...

손으로 쓰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마음으로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 

한동안 제 마음에 들어오는

영화가 없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습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절박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떤 영화는 보고나면 잊게 됩니다.
어떤 영화는 보고나면 머리가 기억합니다.
어떤 영화는 보고나면 가슴이 기억합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 영화는 제 가슴이 기억하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종일 아무 일도 못하고, 멍하니 창 밖만 바라 보았습니다.

엔딩장면에서 ‘쿵’하고 떨어지는 조제를 보며,

제 마음도 ‘쿵’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 슬프다고 할 수도 없고,

기쁘다고 말할 수도 없는 그냥 ‘쿵’하는 느낌...
그 ‘쿵’하고 내려앉았던 마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는 보고나면 글로 쓰여 지지만,

어떤 영화는 글로 쓰여 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영화는 글로 옮기고 싶은 마음에 안달이 납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은 글을 써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들었습니다.

무언가 제가 보았다는 자취가 있었으면 했고,

다른 사람들도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츠네오가 난간을 붙잡고 우는 장면부터 이 영화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조제와 사랑을 했던, 츠네오의 회상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별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는 데 어느 새 눈물이 흐릅니다.

그리고 주체할 수 없는 아픔에 한동안 마음이 콘트롤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삶의 모든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조금씩 현실을 덧입히면서 마음의 심연 속, 하나의 점으로 남게 합니다. 

조제와 츠네오는 열정적으로 사랑했고,

조제의 말처럼 츠네오와 세상에서 가장 야한 섹스를 나누었습니다. 

열정은 활활 타오를 때는 모르지만,

꺼질 때는,

 너무 갑작스럽게도 시꺼먼 재가 되어 서로의 가슴 구석구석을 까맣게 멍 들입니다.

조제와 츠네오의 시작은 호기심이었습니다.

그 호기심은 섹스를 매개로 활활 타올랐습니다.

모든 이의 사랑이 그러하듯, 조제와 츠네오가 그러했습니다.

조제가 다리를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라는 것은 사랑의 열병 앞에서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습니다. 

감독은 영리하게도 둘이 사랑을 나눌 때,

조제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게 만듭니다.

 

전 엔딩에서 조제가 '쿵'하고 떨어지기 전까지...

조제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사랑이란 그런 것 같습니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조건을 따지거나, 얼굴을 따지거나, 몸매를 따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것이 눈에 들어 왔을 지 모르지만,

우리의 인지체계는 늘 복잡하게 작동하면서도 사랑에서만큼은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하지만 이별을 마음 먹고, 마음이 재가 되었을 때는..

현실을 덧입히면서 이유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그것이 이별의 이유가 되어버립니다.

 

이별은 늘 다른 조건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느 한 쪽의 용기 없음과 도망이 직접적인 이유가 됩니다.

조제와 츠네오는 후회 없을 만큼 서로에 대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열정으로 재가 된 마음은 이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해줍니다.

후회는 없습니다.

츠네오는 담담하게 말합니다.

'헤어졌던 다른 여자들과 친구처럼 만날 수 있었지만, 조제하고는 다시는 만날 수 없다.'

 

그 사람이 있던 마음의 자리가 모두 타 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타버린 마음에는 허전함과 공허함만이 자리할 뿐이죠.

이 글의 마지막은 조제의 말로 대신하려 합니다.

"깊고 깊은 바다에서 나는 헤엄쳐 나왔어.

빛도 소리도 바람 도 없는, 정적만이 있는 곳이야.

지금은 그 때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아.

네가 떠나면 난 조개껍질처럼 바다 깊은 곳에서 데굴데굴 구르겠지.

그것도 그런대로 나쁘지는 않아."

 

P.S 안녕 조제!!

출처 : kinophilia
글쓴이 : kinophilia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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