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기본은 그 또는 그녀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일 것입니다.
그 점에서 '말아톤'이라는 제목은 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기라는...
소통의 기본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단절... 저는 세 명의 감독이 떠오릅니다.
블루빛의 퇴폐적이며 몽환적인 분위기에서 단절을 표현했던 왕가위...
모노톤의 음울한 감성으로 소통의 부재를 표현했던 차이밍량...
피가 튀는 레드빛 강렬함으로 소통의 극단을 표현하고자 했던 최양일...
이 셋의 공통점은? 소통할 수 없는 개인의 슬픔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말아톤'은 이 세 감독의 영화와는 다른 감성으로 소통이라는 화두를 이야기 합니다.
지극히 단순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로 소통이라는 화두를 표현합니다.
자폐증을 가진 20살 청년의 마라톤 완주기라고 이 영화를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생 극장에서 나온 이 이야기는 감동적 요소가 있고,
상업 영화의 틀에서 잘만 조율하면, 인간 승리의 드라마 정도로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감독은 자폐증이라는 장애가 일반인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실제로 자폐증은 질적 손상으로 의사소통에서 장애를 가진 채 살아 갈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이것을 초원이의 인간 승리의 드라마보다는
초원이는 자폐증을 가진 사람일 뿐, 일반인과 다를 바 없다.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소통이라는 화두로서 영화를 풀어감으로써,
그 때의 상황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신파의 한계를 넘어서는 역량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신파의 틀로서 풀이 될 수도 있는 소재였지만,
감독의 역량으로 진한 여운을 주는 영화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예술과 상업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서 조금 더 예술쪽에 손을 든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술과 상업성을 줄타기하는 영화는 긴장감이 떨어지고,
극적 긴장감이 부족해지는 단점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영화 곳곳에서 조율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조율은 밀도감 있는 영화의 내적 구성을 늘 방해하는 요인입니다.
말아톤은 아슬 아슬한 줄타기에서 '유머'라는 잔가지로 극복하려 하지만,
부족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아톤은 부드럽지만, 은은한 감성으로 영화의 힘을 살려나갑니다.
초원이가 홀로 마라톤을 하기로 결심하고,
엄마의 손을 놓는 순간,
영화는 굉장한 해방감으로 홀로서려는 의지를 지닌 하나의 개인을 보여줍니다.
초원이가 손을 놓지 못하는 엄마에게 물어 봅니다.
초원이 다리는?
엄마는 대답을 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극적 긴장감은 최고조로 올라가고, 초원이는 재촉합니다.
초원이 다리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엄마는 일상에서 했던 대답을 합니다.
백말불짜리 다리
품 안에 놓으려는 엄마와 벗어나려는 개인의 소통을 이렇게 간결하고,
절절하게 표현한 장면도 드물지 않았나 싶을정도로 강렬한 영상적 미학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멈추었으면, 이렇게 길게 쓰지도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감독은 초원이의 상상 or 감독의 상상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개인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카메라를 향해 어색하게나마 웃음을 보이는 장면은...
이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을 상징으로서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향해 해맑게 웃지는 못하지만,
우리도 웃지는 못할 것입니다.
어색하게나마 삶에 대해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하는...
감독의 작은 바램이 이 영화에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홀로 추측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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