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이야기

[스크랩] [딸들에게] 토토의 죽음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3. 24. 06:13

둘째가 호주에서 돌아오기 1개월 전이었다. 추추(시추)의 아랫 배 속에 작은 혹이 생기더니 혹이 점점 커져 손가락 2마디 크기로 커지게 되었는데 더 이상 커지지는 않았다. 혹을 만져도 추추가 통증을 느끼지 않아 그러다 말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목덜미에서 혹이 또 생기면서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세균성으로 생각하고 은용액을 열심히 먹였지만 차도가 없어 동물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주사를 맞고 약을 먹였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먹는 것과 대소변에는 이상이 없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던 차에 둘째가 왔다가 걱정하면서 다시 돌아가고난 뒤부터 추추가 밥을 먹지 않기 시작했다. 나는 추추에게 밥맛을 돌리려고 우유를 주고 계란 후라이를 주고 고기를 삶아서 주기도 했지만 식욕은 더욱 떨어지고 설상가상으로 설사까지 하기 시작했다.


추추는 좋아하던 외출도 거부하고, 설사가 심해져서 하루에 2번을 씻어주어야 하는 상황으로 진전되었다. 추추는 괴로운지 신음 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그런 와중에도 추추는 용변을 보려고 비틀거리면서 화장실로 가기도 했다.


나는 마지막 방법으로 추추 발바닥에 뜸을 뜨려고 했지만 수의사도 아닌 내가 경험도 없이 추추에게 새로운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했다. 나는 추추가 죽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동물병원에 맡기고 싶지 않았다. 자칫했다가는 보신탕집에 팔려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추추는 화장실을 갈 힘도 없는지 안방에서 용변을 보고는 나의 눈치를 살피는데 그런 모습이 측은하기 그지 없었다. 나는 추추와 토토가 10년은 더 살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보다 명이 더 길 때는 안락사를 시켜서 천국으로 함께 데리고 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추추의 갑작스런 임종 임박은 나를 당황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추추가 1주일 정도는 더 살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고통을 연장시키는 일로 생각하고 안락사를 결심했다. 나는 힘이 없어 축 늘어진 추추를 따뜻한 물로 마지막 목욕을 시키고 나서 추추에게 말했다.


“추추야. 고통스러워하는 너를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천국으로 보내려고 하는 나를 용서해라. 내가 천국에 가는 날 너를 반드시 찾을 것이니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 이생에서는 너와 내가 개와 인간으로 인연을 맺게 되었지만 천국에서는 영혼과 영혼으로 만나 못다 베풀었던 사랑을 베풀 것이니 그 때까지 기다리고 있거라.”


나는 추추의 목을 누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추추에게 그렇게 힘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집에서 키우는 닭을 잡을 일이 있으면 나를 불렀고 그 때마다 닭의 목을 비틀곤 하여 발버둥치는 닭의 마지막 힘을 아는데 추추는 그런 힘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안락사시키지 않았다면 추추는 5분도 더 버티지 못하고 죽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굳어진 추추의 시신을 철쭉꽃이 피어 있는 공원의 소나무 밑에 묻으면서 추추에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이제는 네가 영혼으로 돌아갔으니 나의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너는 내가 토토를 더 사랑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네가 토토보다 대소변을 더 잘 가리고 영리하고 말을 잘 듣는다는 이유로 내가 너를 더 사랑하면 토토가 외롭게 생각할 것을 염려하여 토토를 더 챙겼을 뿐이라는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너를 나와 함께 화장하여 같이 묻히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어 미안하다. 내년에 철쭉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철쭉꽃으로 피거라. 그리고 내가 천국에 가는 날 다시 만나자. 그 때까지 아프지 말고 잘 지내거라.”


 나는 토토를 데리고 산책을 날갈 때마다 공원에 들려서 토토와 함께 추추의 무덤을 찾곤 한다. “토토야. 너는 추추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추추가 생각나지? 추추가 없으니까 심심하지?”


나는 딸들이 고맙지 않을 수 없다. 딸들이 추추와 토토를 데리고 오지 않고, 내가 추추 토토와 함께 생활하지 않았다면 나는 사랑을 알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두 마리나 부담을 주었다고 짜증을 내기도 했으니 그 때 일을 생각하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아버지...

출처 : 금산 블로그
글쓴이 : 금산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