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역사 배경 불교동화
분쟁과 갈등 통해 평화 되새겨
진정한 의미의 평화는 무엇일까. 전쟁과 종교 갈등으로 반목과 질시가 만연한 국제사회 속에서 평화의 의미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미소짓는 두 스님〉 이 책은 비폭력, 평화, 깨어있음 등을 전파해 온 틱낫한 스님이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불교동화다.
이야기의 배경은 스님의 모국인 1300년대 베트남이다. 비에트와 참파라는 나라로 분열돼 전쟁이 끊이지 않던 시절, 양국에 평화의 씨앗을 심기 위해 노력하는 죽림대사와 그의 딸 눈부신 보석공주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엮어간다.
죽림대사는 원래 ‘짠난통’이란 이름으로 비에트를 다스리던 왕이었지만 안락한 삶을 버리고, 불가에 귀의해 고된 수행생활을 한 인물. 죽림대사는 두 나라의 우호관계를 키워 나가기 위해 자신의 딸인 공주를 적국인 참파의 왕과 결혼시킨다. 그러나 참파의 왕이었던 남편 하리짓이 죽자 순장 풍습에 따라 공주도 산 채로 왕의 무덤에 들어가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된다. 공주는 자신을 죽이려던 이들도 이해하고 이를 따르려 한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비에트 사람들에 의해 본국으로 구출된다.
이를 계기로 두 나라 사이엔 다시 갈등이 야기되고, 조국으로 살아 돌아오긴 했으나 사랑하는 남편의 뒤를 따르지 못한 채 갓 낳은 아들과도 이별한 공주는 고통스런 나날을 보낸다. 짧은 시간동안 생과 사를 오가며 인생의 고통을 맛본 공주에게 새로운 삶의 길을 연 것은 불법의 힘이었다. 아버지를 뒤따라 머리를 깎고 수행자의 길로 들어선 눈부신 보석공주는 ‘향기로운 꽃관스님’이 된다.
훗날 죽림대사가 열반에 들게 되자 대사는 ‘아무것도 태어나지 않고,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말을 잘 이해하면 부처가 네 옆에 있다.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없도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평화에 향한 대사의 소망은 잊혀지지 않고 양국에 전해졌다.
평화가 깨질 것을 먼저 염려해 목숨까지도 버리려고 했던 공주의 인생은 틱낫한 스님이 평소에 늘 말했던 평화로운 삶에의 지향이다. 특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자기 나라 뿐 아니라 이웃나라 사람들까지 끌어안고, 화를 내기 이전에 상대방을 헤아린다면 친구와 가족간 뿐 아니라 국가간 전쟁의 비극도 피할 수 있다는 깊은 울림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저자 틱낫한 스님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이 동화의 배경을 이야기 했다. “이 글을 쓸 당시 베트남 20만 군인이 이웃 캄보디아를 점령하고 있었고, 이런 상황에 숨이 막혔습니다. 고통이 무엇인지 안다면 고통을 남들에게 주어서는 안됩니다. 오직 사랑하는 마음만이 아시아의 여러나라가 형제처럼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입니다.”
임나정 기자 muse724@ibulgyo.com
[불교신문 2295호/ 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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