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테크/기차세상

[스크랩] 윤무부 조류학자와 철원 기차여행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5. 13. 14:09

 

2009년부터 KBS 1TV <뉴스광장>의 열차 여행정보 코너 ‘웰빙광장’에서는 한 달에 한 번씩  ‘명사와 함께하는 테마 기차여행’을 방송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주자, ‘새 박사’로 잘 알려진 ‘윤무부 조류학자’였죠. 그와 함께 떠나는 ‘철원으로의 탐조 기차여행’ 촬영 날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수님은 열차를 좋아하신다. 혼자서 전철 타시는 것도, 그 안에서 사람 구경하는 것도, 밖을 내다보는 것도 너무 재밌으시단다.

"열차는 편하지, 빠르지, 값도 싸지, 사람 구경도 하고 말이야. 새 보러 다닐 때 늘 열차를 탄다구, 정말 좋아"

“교수님, 저희 열차여행정보 프로그램이잖아요. 열차 이야기 좀 많이 해주세요.”했더니 인터뷰 촬영을 할 때마다 절묘하게 열차 이야기를 섞어서 넣어주시는 교수님. “나 잘했지?” 하는 표정으로 윙크까지 날리신다. 외람되지만 귀여우시다.  

경원선 통근열차 안은 주말이 되면 등산객 분들로 꽉 찬다. 그 많은 등산객 분들, 교수님을 보자마자

“아이고, 새 박사님이시네. 안녕하세요?” 톱스타와 함께 다니는, 왠지 으쓱해지는 기분이다. “사진 찍어 찍어~ 근데 어디서 왔어? 성씨가 윤씨야? 그럼 본은 어디야?” 몸이 불편하심에도 일일이 대답해주시고 사진 찍어주시는, 아마추어는 흉내 낼 수 없는 프로의 모습이다.

 

 

 

밖에는 여길 봐도 두루미, 저길 봐도 두루미다. 가까이 가거나 큰 소리를 내면 후루룩 날아가 버리지만 그러지 않으면 자기들끼리 무리를 이뤄서 땅 위에 한 폭의 그림처럼 서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두루미 떼라니. 바로 지금,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두루미들. 그 우아한 자태가 복을 불러다 줄 것 같다.   

“국경도, 지도도 없이 돌아다니는 저 자유로운 새들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 얼마나 좋아? 새들은 이념도 없고, 싸우지도 않아요.”
철원 평화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철원 지역은 새들의 천국이다. 정말 자연이란 통제를 해야 제대로 지켜지는 곳이구나 싶을 만큼 민통선 지역 안에는 독수리와 두루미가 많다. 산골에 있는 것 같지만 넓고 비옥하다는, 궁예가 이곳을 도읍으로 정했던 이유를 지금은 새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정리역에 내리신 교수님은 나보다 더 흥분하신다. “열차 얘기 해야지~그치?” 6.25 당시 월정리역에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의 잔해와 유엔군의 폭격으로 부서진 인민군의 화물열차가 그대로 앙상한 골격을 드러낸 채 누워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간판까지. 분단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역이다.  

"새들은 자유롭게 남북을 오갈 수 있는데, 우리 열차는 여기에서 끊겼네. 어서 이어졌으면 좋겠어. 새들이 북한 새 소식 좀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쯤 되면 되풀이 되는 촬영에 지치실 만도 하다. 2년 전 쓰러지신 이후 많이 회복하셨지만 아직도 몸이 불편하신 교수님은 고생스레 많이 걸으셔야 하고, 하신 말씀을 또 해주셔야만 했다. 하지만 “또 해 또 해~ 열 번씩 해야 방송이 나오지~ 난 좋아~” 온갖 방송에 다 출연해보셨으니 말 안 해도 다 아시지만 감사한 일이다.

 

 

 

"여기 혼자밖에 못 들어가. 남자 여자 둘이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못 그래"

혼자 들어가야지만 크기가 딱 맞는 저 천막은 철새를 몰래 멀리서 관찰하기 위한 건데 안에서 큰 소리를 내면 안되고, 멀리서 눈에 띄지 않는 옷을 입어야 한단다. 내가 입고 간 빨간 옷은 금물이라시기에 급하게 AD분의 옷을 빌려 입었다. 옷을 챙겨 입자 텐트 안에 들어가 어서 사진을 찍으라시며 성화시다. 탐조에 적합한 비싼(?) 카메라 렌즈와 함께.  

"빨리 여기 앉아봐~ 들어가 봐봐~ 어이 거기!! 빨리 우리 기쁨이 찍어줘~ 비싼 카메라 잘 나오게 찍어야지 이거 1200만원짜리 좋은 카메라라구 흐흐" 

사람 인연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는 것이라지만 방송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분을 만날 인연이 있었을까?

이럴 때 내 일에 너무 감사한다.  

 


 

"이제 마지막이야 2월 말에는 떠날테니... 안녕이라고 인사해줘야지"

이제 2월 말에서 3월 초면 철새들은 시베리아로 떠나간다. 또 다시 겨울이 되어야 저 새들도 돌아오겠지. 나도 새들에게 안녕을 말해본다. 떠나가는 유난히 추웠던 올 겨울에도, 다가오는 봄에게도. 

“자주 연락해. 교수님 건강이 많이 괜찮아지는지 연락해서 확인해야해.” 톱스타의 프로정신과 반짝반짝 빛나는 말들을 남겨주신 교수님은 방송이 나가기 전에 고생했다며 먼저 연락을 주신다.

오늘은 블로그에 글 올렸다고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

 

* 촬영일 2/7, 방송일 2/12


* 방송 다시보기

http://news.kbs.co.kr/article/culture/200902/20090212/1720936.html 

출처 : 코레일 블로그 "만나세요, 코레일"
글쓴이 : 코레일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