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역시 오래 전 극장에서 관람을 했었는데, 뛰어났던 전편에 못 미치면 어쩌지 하면서 괜시
리 마음 졸였던 당시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이 영화에서 전 1편만큼의, 하지
만 많이 다른 느낌의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조용히 DVD로 집에서 이 영화를 다시 감상하면서 되
살아났습니다.
아! 그런데 뭐랄까요? 1편을 관람할 땐 주로 설레임과 기대감에 부풀었었다면, 2편을 보면서는 계
속 가슴이 아렸다고나 할까요? 어쩜 너무 내가 감상적으로만 전편을 봤던 건 아니었을까란 일말
의 뉘우침 비슷한 감성이 제 안에서 회오리쳤습니다. 그래서 원래 ‘대부’란 영화에 대한 제 감상을 한 번으로만 끝마치려고 했었는데 생각을 바꿔 2편에 대한 제 느낌도 이렇게 피력하게 되었답니다.
전편이 콜레오네 패밀리의 영화와 그 당위성(?)에 촛점을 맞췄다면, 2편에서는 그러한 <가문의 영
광>을 지속해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해야만 하는 보스, 다시 말해 젊은 마이클 콜레오네의 고뇌 쪽
에 무게중심을 실으면서 전편에서의 화려했던 마피아의 가시적 액션보다는 한 인간에 대한 깊숙하고도 동시에 차분한 조망으로 빛나는 드라마적 요소가 더 강한 게 사실입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대부’란 영화가 이토록이나 오랜 세월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
었던 이유 중 하나는 1편의 웅장하고도, 남성취향적 굵직한 서사적 드라마 요소도 한 몫을 하지만
바로 이 작품, 2편이 보여주는 영광 뒤에 가려진 진면목, 다시 말해 영광을 지켜내기 위해 개인의
모든 걸 희생하는 한 인간의 애환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한 덕택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조금 다르지만요. 형만한 아우 없듯이 결과만으로 봤을 땐 1편의 아우라에 못미치
는 2편인 듯 보이지만 제 느낌은 조금 다르답니다. 참고로 대부 1편은 인터넷 영화 데이터베이스
(IMDb)의 통계로 최고의 영화에, 2편은 세 번째로 나와있네요. 하지만 전 솔직히 오리지널보다
이 2편의 영화에서 더욱 깊은,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1편에 등장했던 콜레오네 패밀리의 창시자 ‘돈 비토 콜레오네’의 고향 시실리섬에서 시작
됩니다. 어린 비토의 아버지의 장례 절차 중 비토의 형이 총을 맞고 죽게되는데 그 이유는 아직
어린 그가 아버지의 원수(마피아 보스 돈 치치오)를 꼭 갚겠다고 선언해서였습니다. 비토의 어머
니는 하나 남은 아들 비토를 보호하기 위해 돈 치치오를 찾아가 그의 목숨만은 살려둘 것을 애원
합니다. 하지만 냉혈적인 돈 치치오는 지금은 어려도 언젠가는 자신을 찾아와 복수할 거라며 그
녀의 애원을 뿌리칩니다. 그 때 아들을 살리겠다고 결심하고 온 비토의 엄마는 칼로 돈 치치오를
위협하고 비토를 도망가게 해서 아들의 목숨을 구하지요. 대신 그녀는 총세례를 받습니다. 결과
적으로 봤을 때 돈 치치오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구요.
어머니 덕에 목숨을 건진 비토는 결국 고향을 등지고 미국으로 떠납니다. 자유의 여신상이 보이
는 엘리스 섬에 도착한 그는 아직 영어를 못하였고, 그 와중에 본래의 성인 ‘안돌리니’ 대신 고향
마을인 ‘콜레오네’를 그의 성으로 듣게된 이민관의 실수에 의해 그는 ‘비토 콜레오네’가 됩니다.
이렇게 영화는 콜레오네 1세인 비토의 이민자로서의 새삶과 콜레오네 2세인 마이클의 현재를 오
가며 서사적 드라마를 펼쳐나갑니다. 어렵게 꾸려가는 이민자의 삶 속에서도 정당함과 정의를
지키려했던 비토, 그가 어떻게 뉴욕에서 사업의 기반을 닦아가는지 그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는
한편, 이미 거대한 한 패밀리를 거느리고 있는 마이클이 제국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홀로
외롭게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요.
그에겐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보좌하는 톰이 있지만 가솔들을 이끌고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건 결국 모두 그의 몫이었고, 콜레오네 1세였던 아버지 비토의 뒤를 이어 그에게 남아있는 건 오
로지 무거운 책임감뿐입니다. 하나 있는 형, 프레도는 그를 도와줄 처지도 못되는 연약한 심성의
소유자인데다가, 그나마 그의 등에 비수를 꽂습니다. 상처를 입은 마이클은 그를 응징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건 둘 만의 문제가 아닌 바로 패밀리를 이끄는 보스가 결단내려야 할 중요사안 이었
으니까요. 가문의 지속된 영광을 위해선 혈연도 과감히 떨쳐내야 하는 용단 말입니다. 마이클은
어머니 생전까지만 형 프레도를 살려두기로 합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고통은 끝이 없는 듯 보입니다. 그를 살해하려는 세력에 의해 침실에서까지
총격을 받고, 아버지 때부터 함께 했던 동지라고 믿었던 한 사업가는 배신자로 드러납니다. 또한
그의 사업, 죄상에 대대적인 국회 청문회가 열려 사면초가의 처지에 놓이기도 하고, 임신했던 아
내 케이의 유산 소식도 듣습니다. 하지만 유산이 아닌 자발적인 낙태였다는 케이의 고백을 후에
듣게된 마이클은 이성을 잃고 자신의 인생이 허물어지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케이가 말한대로
피로 물든 ‘콜레오네’란 패밀리가 대를 이어 받아내야 할 응징들을 확연히 보기 시작한 것이지요.
바로 이 부분에서 전 마이클의 고통이 제게 와닿는 듯 했습니다. 이런 결과를 감지했기에 그토록
이나 ‘패밀리’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었다는, 가족의 비참한 죽음을 여러 번 직면해야 했고, 피는
또 다른 피를 부른다는 것을 이미 간파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이 아닌 어쩔 수 없는 숙명으로 시
작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인생에 한 없는 동정심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는 더 이상 박력 넘
치고 활기찬 마피아의 보스가 아닙니다. 그에겐 오로지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지 못한, 가정을
지키지 못한 부족한 한 남자, 가장 본연적인 인간의 최후 모습만이 남아있습니다. 철저히 외로운,
피도 눈물도 다 말라버린 듯한, 킬리만자로의 정상에서 얼어버린 한 고독한 표범이 바로 그의 표
상이었던 것이지요.
하나 남은 형까지 응징하고, 사랑하는 아내 케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마이클. 그나마 다시
돌아온 여동생 코니가 곁에 있지만 여전히 가문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무거운 의무감을 두 어깨
에 짊어진 채 홀로 고독히 호숫가에 앉아 생각에 잠긴 마이클은 바로 남성들 모두의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자신을 비롯 책임져야 할 가족의 안위를 위해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앞으로
전진만 해야 하는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의 소유자. 그래서 그가 더욱 애처롭게 보였고, 한 인간의
고독을 디테일하게 촘촘히 조망한 이 영화가 너무도 훌륭한 드라마라고 여겨졌던 것이랍니다.
더불어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준 알 파치노가 뛰어난 배우란 걸 다시 또 확인하게 된 계기가 되었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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