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솔직히 정확한 기억은 없습니다. 소설과 읽는 사람 간에 맞는 시기와 환경이라는 궁합이 있듯, 작가와 독자 간에도 이와 같은 궁합이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또 해 봅니다. 한국의 대 작가라는 이 분의 책에 대한 뚜렷한 기억이 없는 걸 보면 이런 변명 밖에는 다른 변명거리가 없지 않겠어요? 후후… 최근에 나온 이 소설을 읽게 된 계기 역시 사실 제가 직접 골랐다기보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 는 사람들이 모인 <몬트리얼 문학회> 모임에 가서 얻어 읽게 되었다는 게 솔직한 고백 입니 다. 그러고 보면 정말 궁합이란 게 확실히 있긴 있는 것 같습니다. 전혀 기대하지도, 원하 지도 않았던 책을 읽게 되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뜻하지 않은 우 연에서 건진 ‘의외의 왕건이’(이 책에 나온, 아주 오랜 만에 들어본 표현을 차용했음.^^)에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평소 감성이 순수하고 맑은 청소년기(반드시 꼭 그런 것만도 아니긴 하지만)의 이야기를 다 룬 성장소설을 즐겨 읽는 제가 왜 우리나라에는 ‘데미안’이나 ‘토니오 크뢰거’, ‘어린 왕자’ ‘연금술사’ 또는 ‘연을 쫓는 아이’와 같은 감동적인 성장소설이 없을까 하고 많이 안타까웠 던 게 사실인데요.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 우리나라에도 성장의 고통을 독자와 진솔하게 나누는 작가가 있었구나!’였답니다. 특히나 이 소설은 단순히 창 작해낸 작품이 아니라 자전소설이잖아요? 물론 제가 우리나라에서 출판되는 책을 다(는 턱도 없고 유명하다는 것들 중에서도 안! 못! 읽어본 게 훨씬 더 많을테지만요.) 읽어본 건 절대 아니라는 사실 하에 되지도 않는 건방과 착각을 지금 떨고, 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음을 인정하면서요. 아 참! 그러고 보니 ‘우리들 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그 유명한 떠오르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나라의 성장소설도 꽤 있을 것 같고요. 아무튼 평소 제가 산만한 편이다 보니 읽고 나서도 책의 내용을 혼동, 잊기가 일쑤이고, 아 마 우리 나라의 대표작가님들의 성장소설이 분명 있었기도 있었겠지만, 제 기억으론 언뜻 떠오른 게 없었단 이야기랍니다. 그래서 이 소설이 제게 아주 감칠맛 나게 다가온 것이었 고 말이지요. 좀 서론이 길어진 것 같은데…, 각설하고요. 이 책은 준이라는 주인공(아마 작가 자신이겠죠?)을 중심으로 그의 친구들, 그리고 6.25와 4.19, 또 5.16을 겪은 근대 사회 젊은이들의 초상화라고도 할 수 있으며, 굳이 시대를 따지 지 않더라도 고독하고 방황하는 질풍노도기인 청년기의 고뇌를 고스란히 드러낸 성장 소설 입니다. 특히 지난한 우리나라의 역사 중에서도 근대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그 시대의 젊은이들의 적 나라한 고통과 부침이 아주 사실적으로(자전 소설이니 너무도 당연하겠지요.), 또 그런 시대 를 겪지 않았던 세대나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도 많은 걸 느끼게 하는, 말하자면 시대를 뛰 어 넘어 개념 있는 청춘들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만한 상실과 아픔에 관한 보고서인 셈입니다. 흔히 말하는 청춘 사업인 연애에서부터 자아를 찾기 위한 끝없는 방황과 갈등, 번민까지 한 편으로는 좌충우돌한 젊은이들의 생생한 방랑기이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그 시대적 욕구 를 묵묵히 따를 수 밖에 없었던 순한(?) 세대들의 침묵 어린 복종에 관한 이야기이죠. 굳이 두 개의 대립적인 표현을 빌려 하나가 ‘도전과 응전’으로 자신의 삶을 세상이라는 넓은 들판 에 내던져 모험과 치열함으로 꽉 채운 것이라면, 또 다른 하나는 ‘화해와 보상’으로 우리 나 라를 근대화의 주체로 끌어올린 노고와 타협에 모든 걸 올인한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결론적으로 둘 다 자신들이 선택한 최선의 삶 안에서 치열하게 살아나온 것이고, 거기에는 어떤 우열이나 비교가 있을 수 없다고 여겨집니다. 다만 저같이 호기심과 궁리는 많되, 나 름 소심하고 마음 약한, 그래서 완전히 방황한 것도, 그렇다고 묵묵히 가야 할 길만을 갔던 것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은 이렇게 완전히 바닥을 내쳐본 인생이 부럽기도 하고, 묵묵히 참 고 인내했던 이들에 대해 경외감도 간직한 채 양단 간 확실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음에 대한 회한(허나 난 여자였다!는 일말의 핑계와 내 안엔 끼가 넘치고도 넘쳤다!는 핑계도 대보면 서^^;;)을 늘 지고 살아야 할 운명의 소유자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 뿐이지요. 한 마 디로 비겁한 자들이 노상 읊어대는…, 18번 레퍼토리 말입니다. 하지만 이 나이에도 여전히 이런 책을 읽으며 가슴이 뛰고, 그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냄과 동시에 치열하고 열정적 이진 못했을 망정 뒤늦게라도 개선의 여지를 발견하고 그런 의지 를 멈추지 않는다면 된 것 아닐까란 자위를 일삼고 있는 걸 보면 저는 역시 무척이나 낙천 적인 사람이 분명하고요. 그리고 꼭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바로 나 같은 사람 때문이라도 이러한 성장소설은 꼭 존재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으며 흡족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었습 니다. 사족으로,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 중에는 이와 같은 성장소설이나 삶의 자극제가 되는 책 들이 꽤 있는데요. ‘금각사’라는 일본 작가의 책도 그렇고,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란 동기부여적, 실용적, 감동 넘친 책도 그렇고요. 그 밖에도 여러 책들을 곁에 두고 수시로 들춰대며 제 후반 인생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면… 믿어지세요?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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