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석에서 ‘취임 이후 추진한 정책 중 가장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서울시 디자인 업그레이드의 초석을 놓았다고 자평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관공서와 시민들이 디자인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사업을 추진할 때 문화와 디자인을 고려하는 것이 기본이 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며 “이제 디자인이 단순히 보기 좋은 것에서 벗어나 돈이 될 수 있다는 단계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의 설명처럼 서울시는 ‘건강한 생태도시, 품격 있는 문화도시, 역동적인 첨단도시, 지식기반의 세계도시’를 비전으로 하는 ‘디자인서울’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서울의 4대 추진 전략은 ‘비우는(Airy), 통합하는(Integrated), 더불어하는(Collavorative),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생각하는 디자인서울 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에는 ‘서울 디자인 산업의 부흥’이 자리잡고 있다.
○ 디자인, 생활이 되다
최근 강남대로에는 ‘미디어 폴’이라 불리는 낯선 조형물이 등장했다. 760m의 도로에 30m 간격으로 설치된 미디어 폴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e메일 전송, 주변 정보 검색 등 다양한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강남대로의 변신은 ‘디자인서울 거리’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관성 없이 난립한 가로시설물을 통일감 있게 정리하고, 간판?보도블록?조명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 디자인해 관리하는 디자인서울 거리 사업은 서울시의 ‘비우고’ ‘통합하는’ 추진 전략이 담겨 있는 사업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디자인서울 거리 조성사업으로 이미 7곳의 거리가 새롭게 변신했으며 2010년까지 총 50곳의 거리가 ‘걷고, 머물고, 소통하는 거리’로 거듭나게 된다.
디자인서울 거리가 도시의 외관을 바꾸는 사업이라면, ‘서울서체’의 개발은 생활의 디자인을 바꾸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서울의 시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서울서체를 개발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인 한강과 남산을 적용한 서울서체는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 두 종류. 새롭게 개통되는 9호선의 모든 표지판은 서울서체를 토대로 제작되었으며 시는 앞으로 공공건축물 현판, 외부 간판에 점차적으로 서울서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서울의 상징으로 도입된 ‘해치’는 서울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과 함께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해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캐릭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아예 해치 전용 홈페이지까지 개설했다. 이는 “생활 속에 스며드는 디자인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 디자인, ‘돈’이 되다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은 단순히 ‘보기 좋게 바꾸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디자인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디자인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디자인수도(WDC) 2010’과 과거 동대문운동장 터에 들어서게 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다. 서울시는 아예 두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지난해 말 ‘서울디자인문화재단’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설립했다.
WDC는 디자인을 활용해 도시의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키고 디자인 비전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2년마다 국제디자인연맹의 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서울시는 2010년 WDC로 선정됐다. 서울디자인문화재단 심재진 대표이사는 “WDC 선정을 계기로 서울의 디자인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첫 시작이 내년에 열리는 ‘월드디자인마켓’이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열리는 월드디자인마켓은 섬유, 의류, 도서 등 디자인과 관련된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개별 아이디어까지를 총망라하는 시장이다. 또 서울디자인문화재단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서울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를 독일의 레드닷, 미국의 IDEA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상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심 대표이사는 “사람에게 시상하는 세계 유일의 시상식이 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1년에 20여명 정도를 디자인장학생으로 선발해 해외 유명 디자인학교로 유학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WDC가 디자인 서울의 초석을 다지는 기회라면, DDP는 서울 디자인 산업의 전초기지이다. 서울디자인문화재단은 DDP 건설을 통해 10만여 명의 디자인 관련 종사자가 몰려 있는 동대문을 세계적인 디자인?패션 사업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DDP는 총면적 6만3987m²의 디자인파크와 총면적 8만3024m²인 디자인플라자로 나눠져 있으며 전시?컨벤션홀, 디자인박물관, 정보교육센터, 디자인&미디어랩 등의 부대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DDP가 완공되는 2011년이 되면 서울이 세계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서울시의 포부가 현실로 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