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테크/동아기획이야기

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배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7. 24. 08:19

IT'S DESIGN]“디자인은 인간에 대한 배려”

[동아일보]

“‘디자인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 제 꿈입니다. 이제 디자인으로 경제적인 부(富)를 창출해 삶의 질을 높여보겠습니다.”

제2대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으로 임명된 정경원 KAIST 교수(59?사진)는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권영걸 전임 본부장이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기반 구축에 앞장섰다면 자신은 ‘산업디자인’을 실현하겠다는 의도다.

정 본부장은 특히 중소기업의 디자인 개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디자인 개발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아예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서울시는 중소기업이 디자인 개발에 과감히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 개발력을 갖추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본부장은 또 ‘디자인서울 거리’ 사업 조감도에 대해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서울의 거리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공공디자인과 산업디자인을 모두 균형감 있게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동대문 디자인 메디컬 센터’도 공공디자인과 산업디자인이 결합한 산물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정 본부장은 디자인연구소 등을 언급하며 “중소기업 경영자, 디자이너 등이 디자인 트렌드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컨설팅과 교육이 끊임없이 이어지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마포, 구로 등에 들어설 디자인 클러스터에서도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디자이너들이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정 본부장이 소개한 중소기업이 디자인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옥소 굿 그립스(Oxo Good Grips)’. 창업주인 샘 파버가 부인이 관절염에 걸려 감자를 못 깎는 것에 착안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편리한 주방기기를 만들어 한 해 1000만 개의 제품을 파는 회사다. 정 본부장은 “우리 중소기업이라고 이런 도전을 못하란 법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 본부장은 “디자인은 튀는 것이 아니라 주변 환경과의 조화, 디자인을 사용하게 될 인간에 대한 배려가 핵심”이라며 “디자인은 비싼 것이 아니라 저렴한 것이고 환경과 인간에 대한 조화와 배려라는 인식을 많은 시민들이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IT'S DESIGN]서울, 세계 디자인의 수도로



[동아일보]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석에서 ‘취임 이후 추진한 정책 중 가장 의미있게 생각하는 것’을 묻는 질문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서울시 디자인 업그레이드의 초석을 놓았다고 자평한다”고 답했다. 오 시장은 “관공서와 시민들이 디자인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사업을 추진할 때 문화와 디자인을 고려하는 것이 기본이 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사실에 만족한다”며 “이제 디자인이 단순히 보기 좋은 것에서 벗어나 돈이 될 수 있다는 단계까지 이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의 설명처럼 서울시는 ‘건강한 생태도시, 품격 있는 문화도시, 역동적인 첨단도시, 지식기반의 세계도시’를 비전으로 하는 ‘디자인서울’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자인서울의 4대 추진 전략은 ‘비우는(Airy), 통합하는(Integrated), 더불어하는(Collavorative),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다. 여기에 서울시가 생각하는 디자인서울 정책의 궁극적인 지향점에는 ‘서울 디자인 산업의 부흥’이 자리잡고 있다.

○ 디자인, 생활이 되다

최근 강남대로에는 ‘미디어 폴’이라 불리는 낯선 조형물이 등장했다. 760m의 도로에 30m 간격으로 설치된 미디어 폴은 터치스크린을 통해 e메일 전송, 주변 정보 검색 등 다양한 유비쿼터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강남대로의 변신은 ‘디자인서울 거리’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관성 없이 난립한 가로시설물을 통일감 있게 정리하고, 간판?보도블록?조명 등을 유기적으로 통합 디자인해 관리하는 디자인서울 거리 사업은 서울시의 ‘비우고’ ‘통합하는’ 추진 전략이 담겨 있는 사업이다. 2007년부터 시작된 디자인서울 거리 조성사업으로 이미 7곳의 거리가 새롭게 변신했으며 2010년까지 총 50곳의 거리가 ‘걷고, 머물고, 소통하는 거리’로 거듭나게 된다.

디자인서울 거리가 도시의 외관을 바꾸는 사업이라면, ‘서울서체’의 개발은 생활의 디자인을 바꾸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서울의 시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서울서체를 개발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인 한강과 남산을 적용한 서울서체는 ‘서울한강체’와 ‘서울남산체’ 두 종류. 새롭게 개통되는 9호선의 모든 표지판은 서울서체를 토대로 제작되었으며 시는 앞으로 공공건축물 현판, 외부 간판에 점차적으로 서울서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새롭게 서울의 상징으로 도입된 ‘해치’는 서울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과 함께 시민과 함께하는 서울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해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와 캐릭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아예 해치 전용 홈페이지까지 개설했다. 이는 “생활 속에 스며드는 디자인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 디자인, ‘돈’이 되다

서울시의 디자인 정책은 단순히 ‘보기 좋게 바꾸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서울시는 디자인산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디자인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세계디자인수도(WDC) 2010’과 과거 동대문운동장 터에 들어서게 될 ‘동대문디자인플라자&파크(DDP)’다. 서울시는 아예 두 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지난해 말 ‘서울디자인문화재단’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설립했다.

WDC는 디자인을 활용해 도시의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키고 디자인 비전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2년마다 국제디자인연맹의 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서울시는 2010년 WDC로 선정됐다. 서울디자인문화재단 심재진 대표이사는 “WDC 선정을 계기로 서울의 디자인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그 첫 시작이 내년에 열리는 ‘월드디자인마켓’이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열리는 월드디자인마켓은 섬유, 의류, 도서 등 디자인과 관련된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개별 아이디어까지를 총망라하는 시장이다. 또 서울디자인문화재단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서울 인터내셔널 디자인 어워드’를 독일의 레드닷, 미국의 IDEA 같은 세계적인 디자인 상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심 대표이사는 “사람에게 시상하는 세계 유일의 시상식이 될 것”이라며 “이와 별도로 1년에 20여명 정도를 디자인장학생으로 선발해 해외 유명 디자인학교로 유학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WDC가 디자인 서울의 초석을 다지는 기회라면, DDP는 서울 디자인 산업의 전초기지이다. 서울디자인문화재단은 DDP 건설을 통해 10만여 명의 디자인 관련 종사자가 몰려 있는 동대문을 세계적인 디자인?패션 사업의 중심지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 DDP는 총면적 6만3987m²의 디자인파크와 총면적 8만3024m²인 디자인플라자로 나눠져 있으며 전시?컨벤션홀, 디자인박물관, 정보교육센터, 디자인&미디어랩 등의 부대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DDP가 완공되는 2011년이 되면 서울이 세계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는 서울시의 포부가 현실로 되는 날이 머지 않았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IT'S DESIGN]화장품 매장, 도심속 자연 정원으로 변신

[동아일보]

화장품 업체들은 각 지역의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깨끗하고 순수한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유기농 자연주의 화장품 멀티숍을 표방한 서울 중구 명동 ‘온뜨레’는 친환경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도심 속 매장 디자인을 추구했다. 단순히 화장품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20여 종의 차(茶)와 다양한 서적 등 유기농 관련 제품을 방문객이 직접 사용해 보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마련한 것. 제품을 진열한 선반은 은은한 빛깔의 자작나무로 만들었다. 매장 구석구석에는 크고 작은 허브 화분을 놓아 자연의 느낌을 더했다.

매장 1층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수입한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품 진열대 안쪽 공간에는 호텔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파우더 룸을 만들어 세안과 메이크업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게 했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제한적으로 개방하는 2층 라운지는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수 있도록 여유롭고 깔끔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단장했다. 개인 카운슬러와 마주 앉아 친환경 미용 상담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손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네이처 리퍼블릭’도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자연 태초의 생명력을 담아낸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방문객에게 심어주고 있다. 이 회사는 모든 기초 스킨케어 제품에 특유의 ‘MD워터’ 성분을 쓴 점에 착안해 인테리어 디자인의 기본 줄거리를 만들었다. MD워터는 청정 지역인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푸른 산호초 부근 해수를 정제해 얻은 것이다.

매장 간판에 새겨 넣은 커다란 물방울 모양이 바로 이 MD워터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다. 간판뿐 아니라 매장 내부 곳곳에서 이런 물방울 모양의 아이콘 패턴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자연의 시작인 물 속에 녹아들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공기를 인테리어 모티브로 삼아서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려 했다”는 설명이다. 공간을 채색하는 주요 색상으로 짙은 녹색을 쓴 것도 순수한 심해(深海)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다.

산과 바다 등의 웅장한 자연 풍경을 모노톤 사진에 담아낸 매장 내부 벽의 대형 액자는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화장품 브랜드 숍의 전형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방식은 제품 패키지나 CF 모델의 비주얼을 크게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제품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사용해서 절제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더페이스샵’은 ‘고급스러운 자연주의’를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의 주요 개념으로 내세웠다. 나무를 써서 제작한 가구 등 다양한 소품을 들여 놓고, 실내 공간 조명도 밝은 흰색 대신 따뜻하고 은은한 빛깔을 선택해 시각적으로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IT'S DESIGN]에코를 사랑한 뷰티



[동아일보]

‘에코 뷰티(Eco Beauty)’. 더페이스샵이 지난달 새로운 유기농 화장품 ‘네이처셀프’를 선보이면서 내건 제품 콘셉트다. 화장품 내용물은 물론이고 제품 포장 구석구석에도 친환경 디자인을 담았다. 포장 상자는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만들었고 화학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를 썼다. 그렇다고 미적 부분을 포기한 건 아니다. 상자 전면에 화장품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연보라색 허브꽃을 포인트로 그려 넣었는가 하면 글씨는 모두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과 갈색으로 통일해 표기했다.

친환경 화장품이 뜨면서 최근 화장품 업계에선 ‘친환경 디자인 전쟁’도 한창이다. 친환경 제품이란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외관 디자인이 한몫을 하기 때문.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용기를 제작하는 건 기본이다. 이미 한 차례 재활용된 소재를 새로운 제품으로 부활시키는 업체들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에코레시피’ 라인은 ‘무(無)파라벤, 無인공향, 無인공색소, 無광물유’ 원칙을 살려 만든 이른바 ‘4無 제품’. 프랑스 유기농 인증기관 에코서트로부터 인증받은 제품답게 화장품 용기도 친환경적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및 신문지를 펄프로 개어 굳혀 만든 종이곽이 포장의 전부다. 신문지 색이 그대로 남은 회색 종이곽은 ‘계란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유해 접착제가 아닌 수성 접착제를 사용한 덕에 한 번 더 재활용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아모레퍼시픽 에코 디자인 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재활용 및 환경보존 개념과 기능을 고려한 디자인’, ‘고객에게 감성적 만족을 줄 수 있는 디자인’, ‘브랜드 가치와 환경을 생각한 기업 이미지 디자인’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 결과 개별 포장지를 없앤 ‘두루마리형’ 녹차 티백과 100% 종이로 만들어 재활용이 가능한 녹차 티백 패키지 등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의식을 끌어올리고 예비 에코 디자이너를 발굴하고자 진행한 이벤트”라며 “행사를 앞으로도 2년에 한번씩

꾸준히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매장)를 연 유기농 화장품 편집 매장 온뜨레에는 유럽풍 ‘에코 디자인’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색조 화장품인 ‘꿀레르 까라멜’은 립스틱부터 아이섀도와 마스카라, 파운데이션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에코 패키지’에 담았다. 재활용이 가능한 생분해성 물질로 제품 패키지를 만드는 것은 기본 원칙. 재생 용지로 종이 상자를 만들고 파운데이션처럼 딱딱한 보호용 케이스가 필요한 제품은 원목을 이용해 포장했다. 온뜨레 측은 “꿀레르 까라멜은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내용물과 패키지를 생산할 때 엄격한 관리 운영 제도를 도입해왔다”고 소개했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라인 ‘빌려쓰는 지구’는 이름부터 포장까지 모든 부분에서 친환경을 강조한 브랜드. 환경 호르몬을 유발할 수 있는 인공화학 성분 사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재생지를 활용해 만든 치약과 비누용 종이 포장 상자는 2007년 지식경제부에서 선정한 ‘굿디자인’ 제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주방 세제와 세탁 세제는 용기와 제품 라벨을 단일 재질로 만든 덕에 라벨을 뗄 필요 없이 바로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할 수 있다.

더바디샵은 제품 용기에 합성수지(PVC) 대신 재생 플라스틱(PCR)을 고집한다.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용기 1000만 개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결의한 산림인증시스템(FSC)에 따라 ‘베어도 환경에 무해하다’고 인증받은 목재만 제품에 사용하는 것도 원칙의 하나이다. 이 업체에서 판매하는 나무 머리빗 등 모든 목재 제품에는 ‘FSC 인증마크’가 새겨져 있다.

미국 브랜드인 오리진스는 모든 인쇄물을 콩으로 만든 잉크와 재활용지로 제작한다. 제품을 담는 종이 상자 역시 국제비정부기구(NGO)인 산림관리협의회(FSC)에서 인증한 섬유로 만든 종이 50%와 재활용지 50%를 이용한다. 상자 제조에 사용하는 에너지 역시 친환경 에너지인 풍력과 수력 전기만을 고집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IT'S DESIGN]화장품 매장, 도심속 자연 정원으로 변신

[동아일보]

화장품 업체들은 각 지역의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깨끗하고 순수한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유기농 자연주의 화장품 멀티숍을 표방한 서울 중구 명동 ‘온뜨레’는 친환경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도심 속 매장 디자인을 추구했다. 단순히 화장품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20여 종의 차(茶)와 다양한 서적 등 유기농 관련 제품을 방문객이 직접 사용해 보는 복합 문화 공간을 마련한 것. 제품을 진열한 선반은 은은한 빛깔의 자작나무로 만들었다. 매장 구석구석에는 크고 작은 허브 화분을 놓아 자연의 느낌을 더했다.

매장 1층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수입한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제품 진열대 안쪽 공간에는 호텔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파우더 룸을 만들어 세안과 메이크업 제품을 테스트해 볼 수 있게 했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제한적으로 개방하는 2층 라운지는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을 수 있도록 여유롭고 깔끔한 분위기의 인테리어로 단장했다. 개인 카운슬러와 마주 앉아 친환경 미용 상담을 받으면서 편안하게 손발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네이처 리퍼블릭’도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자연 태초의 생명력을 담아낸 화장품’이라는 브랜드 콘셉트를 방문객에게 심어주고 있다. 이 회사는 모든 기초 스킨케어 제품에 특유의 ‘MD워터’ 성분을 쓴 점에 착안해 인테리어 디자인의 기본 줄거리를 만들었다. MD워터는 청정 지역인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의 푸른 산호초 부근 해수를 정제해 얻은 것이다.

매장 간판에 새겨 넣은 커다란 물방울 모양이 바로 이 MD워터를 상징하는 디자인 요소다. 간판뿐 아니라 매장 내부 곳곳에서 이런 물방울 모양의 아이콘 패턴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자연의 시작인 물 속에 녹아들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공기를 인테리어 모티브로 삼아서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려 했다”는 설명이다. 공간을 채색하는 주요 색상으로 짙은 녹색을 쓴 것도 순수한 심해(深海)의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한 선택이다.

산과 바다 등의 웅장한 자연 풍경을 모노톤 사진에 담아낸 매장 내부 벽의 대형 액자는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화장품 브랜드 숍의 전형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방식은 제품 패키지나 CF 모델의 비주얼을 크게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제품을 직접적으로 노출하지 않으면서 자연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사용해서 절제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더페이스샵’은 ‘고급스러운 자연주의’를 매장 인테리어 디자인의 주요 개념으로 내세웠다. 나무를 써서 제작한 가구 등 다양한 소품을 들여 놓고, 실내 공간 조명도 밝은 흰색 대신 따뜻하고 은은한 빛깔을 선택해 시각적으로 편안한 공간을 만들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IT'S DESIGN]에코를 사랑한 뷰티



[동아일보]

‘에코 뷰티(Eco Beauty)’. 더페이스샵이 지난달 새로운 유기농 화장품 ‘네이처셀프’를 선보이면서 내건 제품 콘셉트다. 화장품 내용물은 물론이고 제품 포장 구석구석에도 친환경 디자인을 담았다. 포장 상자는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만들었고 화학 잉크 대신 콩기름 잉크를 썼다. 그렇다고 미적 부분을 포기한 건 아니다. 상자 전면에 화장품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연보라색 허브꽃을 포인트로 그려 넣었는가 하면 글씨는 모두 자연을 상징하는 녹색과 갈색으로 통일해 표기했다.

친환경 화장품이 뜨면서 최근 화장품 업계에선 ‘친환경 디자인 전쟁’도 한창이다. 친환경 제품이란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는 데 외관 디자인이 한몫을 하기 때문.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용기를 제작하는 건 기본이다. 이미 한 차례 재활용된 소재를 새로운 제품으로 부활시키는 업체들도 있다.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는 ‘에코레시피’ 라인은 ‘무(無)파라벤, 無인공향, 無인공색소, 無광물유’ 원칙을 살려 만든 이른바 ‘4無 제품’. 프랑스 유기농 인증기관 에코서트로부터 인증받은 제품답게 화장품 용기도 친환경적이다. 재활용이 가능한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 및 신문지를 펄프로 개어 굳혀 만든 종이곽이 포장의 전부다. 신문지 색이 그대로 남은 회색 종이곽은 ‘계란판’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이다. 유해 접착제가 아닌 수성 접착제를 사용한 덕에 한 번 더 재활용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대학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아모레퍼시픽 에코 디자인 페스티벌’도 열고 있다. ‘재활용 및 환경보존 개념과 기능을 고려한 디자인’, ‘고객에게 감성적 만족을 줄 수 있는 디자인’, ‘브랜드 가치와 환경을 생각한 기업 이미지 디자인’ 등을 기준으로 심사한 결과 개별 포장지를 없앤 ‘두루마리형’ 녹차 티백과 100% 종이로 만들어 재활용이 가능한 녹차 티백 패키지 등이 수상작으로 뽑혔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친환경 디자인에 대한 사회적 의식을 끌어올리고 예비 에코 디자이너를 발굴하고자 진행한 이벤트”라며 “행사를 앞으로도 2년에 한번씩

꾸준히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브랜드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매장)를 연 유기농 화장품 편집 매장 온뜨레에는 유럽풍 ‘에코 디자인’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프랑스 색조 화장품인 ‘꿀레르 까라멜’은 립스틱부터 아이섀도와 마스카라, 파운데이션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에코 패키지’에 담았다. 재활용이 가능한 생분해성 물질로 제품 패키지를 만드는 것은 기본 원칙. 재생 용지로 종이 상자를 만들고 파운데이션처럼 딱딱한 보호용 케이스가 필요한 제품은 원목을 이용해 포장했다. 온뜨레 측은 “꿀레르 까라멜은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내용물과 패키지를 생산할 때 엄격한 관리 운영 제도를 도입해왔다”고 소개했다.

LG생활건강의 생활용품 라인 ‘빌려쓰는 지구’는 이름부터 포장까지 모든 부분에서 친환경을 강조한 브랜드. 환경 호르몬을 유발할 수 있는 인공화학 성분 사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재생지를 활용해 만든 치약과 비누용 종이 포장 상자는 2007년 지식경제부에서 선정한 ‘굿디자인’ 제품으로 뽑히기도 했다. 주방 세제와 세탁 세제는 용기와 제품 라벨을 단일 재질로 만든 덕에 라벨을 뗄 필요 없이 바로 재활용품으로 분리배출할 수 있다.

더바디샵은 제품 용기에 합성수지(PVC) 대신 재생 플라스틱(PCR)을 고집한다. 이를 통해 연간 플라스틱 용기 1000만 개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결의한 산림인증시스템(FSC)에 따라 ‘베어도 환경에 무해하다’고 인증받은 목재만 제품에 사용하는 것도 원칙의 하나이다. 이 업체에서 판매하는 나무 머리빗 등 모든 목재 제품에는 ‘FSC 인증마크’가 새겨져 있다.

미국 브랜드인 오리진스는 모든 인쇄물을 콩으로 만든 잉크와 재활용지로 제작한다. 제품을 담는 종이 상자 역시 국제비정부기구(NGO)인 산림관리협의회(FSC)에서 인증한 섬유로 만든 종이 50%와 재활용지 50%를 이용한다. 상자 제조에 사용하는 에너지 역시 친환경 에너지인 풍력과 수력 전기만을 고집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IT'S DESIGN]컬러에 푹빠진 오일



[동아일보]

○ SK에너지(레드+오렌지)

빨간색과 오렌지색이 적절하게 어우러진 SK그룹의 ‘행복날개’ 로고는 전국 4600여 개 SK주유소에서도 손쉽게 만나볼 수 있다. 2005년까지 ‘빨간 모자 아가씨’ 등의 콘셉트를 앞세워 붉은색 위주로 주유소가 디자인됐다. 그러나 그룹 로고가 변경된 이후 SK에너지도 ‘행복날개’를 주유소 디자인에 일관되게 적용하고 있다. 붉은색이 전해주는 강렬함에서 다소 부드러워진 색감과 함께 따뜻하고 푸근한 이미지로 전환하기 위해서였다. 주유소 디자인은 폴 사인(Pole Sign)과 주유소 지붕 테두리에 집중되어 적용된다는 것이 SK측의 설명이다. 폴 사인은 도로상에서 고객이 주유소를 식별할 수 있는 문패와 같은 역할을 하고 주유소 진입로 전면에 배치돼 고객이 주유소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속물이다. 이외에도 주유기, 상호등, 벽면 디자인에도 ‘행복날개’ 로고가 빨간색 및 오렌지색 배경과 함께 반영되어 있다. SK에너지 서영준 홍보팀장은 “SK그룹의 행복날개 로고 자체가 디자인이 깔끔하고, 고객의 눈에 편안하게 받아들여지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빨간색과 오렌지색이 주종을 이루는 부드러운 디자인을 통해 주유소가 한층 깔끔하고 푸근한 느낌을 준다는 평이 많았다

”고 말했다.

○ GS칼텍스(그린+오렌지)

GS그룹의 심벌은 오렌지색, 녹색, 청색 등 3색을 기본 색상으로 한다. 에너지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이 가장 위에, 그 아래 일류와 투명성을 나타내는 청색이 위치해 있다. 가장 아래에 있는 녹색은 유통 및 서비스 사업의 풍요와 배려를 상징했다. 2005년 3월 LG칼텍스정유에서 GS칼텍스로 사명을 바꾸면서 단순한 사명 변경이 아니라 ‘기업이미지 통합작업’을 총체적으로 실시했다. 이 때문에 GS칼텍스의 3색 이념은 주유소 외관과 유니폼, 사원의 태도와 말 등 곳곳에 숨어 있다. 주유소는 특히 청록색에 가까운 녹색을 강조했다. 주유소 지붕, 가격 표지판, 휴지케이스, 쿠폰 등 세세한 부분에까지 녹색이 스며들어 있다. GS칼텍스 내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광고팀 관계자는 “GS칼텍스는 메인 컬러인 녹색과 함께 곡선형 디자인을 통해 전체적으로 고객들이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 방향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 에쓰오일(옐로+그린)

에쓰오일의 ‘S’자 위로 뻗어 있는 5개의 햇살(The Five-Rays)은 이 회사가 추구하는 5대 핵심 가치를 상징한다. 최고지향(Superiority) 투명성(Sincerity) 고객 만족(Satisfaction) 나눔 실천(Sharing) 인재 중시(Smart People). 에쓰오일 측은 “5개의 햇살은 또 아침의 태양처럼 활기차고 상쾌한 이미지로 모든 고객에게 다가서는 에쓰오일의 따뜻한 마음을 형상화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10개월간 철저한 준비를 거쳐 개발돼 2007년 선보인 이 새 로고는 ‘S’자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시각적 상징 요소가 되면서 에쓰오일의 국제성 신뢰성 대표성을 표현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새로운 기업이미지(CI)를 주유소에 적용하면서 가장 주의를 기울인 것은 전국 2000여 에쓰오일 주유소의 통일성이었다”며 “입지 여건이 다른 주유소의 다양한 구조물에 대해 색상 크기 도색방법까지 구체적 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에쓰오일의 CI 선호도는 2006년 19.3%에서 2007년 32.1%로 12.8%포인트나 높아졌다.

○ 현대오일뱅크(블루+그린)

현대오일뱅크 기업이미지(CI)의 핵심은 ‘에너지와 인간의 조화’다. CI 바탕의 청색 원은 연속성과 무한성을 나타내는 ‘푸른 지구’를 의미한다. CI 중심의 녹색 모양은 현대오일뱅크의 영문 첫 문자인 ‘H’를 빛으로 형상화했다. 즉, 지구 속에서 현대오일뱅크가 에너지를 제공하는 기업으로서 ‘희망의 빛’이 될 수 있음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색상을 선택할 때는 다른 주유소와의 차별화에 신경 썼다. CI에 쓰이는 주된 색상은 ‘비비드 블루’.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파란색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고객들이 주유하는 동안 편안하게 대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매장을 청결하게 보이도록 하는 효과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디자인의 특징은 ‘현대 오일뱅크’라는 상호를 먼거리에서도 눈에 띄도록 크게 배치한 점이다. 빠르게 달리는 운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유기의 실용적인 디자인도 눈길을 끈다. 현대오일뱅크의 주유기는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종류별로 색상을 다르게 디자인했다. 주유소 직원들이 실수로 엉뚱한 종류의 기름을 넣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