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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보여행 9일차(9. 18) - 변산의 바닷길을 걷다 -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9. 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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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8(금) 가을을 느끼게 하는 날씨.

 

오늘 아침에는 채석강 입구까지 2번이나 가게 되었다. 먼저는 아침 식사를 하러 그 어귀의 식당가까지 걸어갔고, 두 번째는 오늘의 도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채석강이 보이는 언덕을 오르느라 갔었다. 원래 안내되어 있는 코스는 새만금방조제에서 시작하여 격포항에서 마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자유롭게 걷는 걸음, 좀 차이가 있으면 또 어떠랴. 요즘 최고 기온은 26~27도를 가리키지만 길을 걷는 온 몸에 와 닿는 바람이, 거세진 않지만 마침 시원하게 느껴져 가을을 실감한다.

 

우리는 격포에서 출발하여 새만금까지 걸어가는 역코스를 선택했다. 우리 숙소인 대명콘도가 격포해수욕장에 가까이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콘도가 격포항보다 더 북쪽에 있는 관계로 우리는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북상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우리 둘다 전에 격포항을 가본 적이 있으므로 굳이 그곳까지 내려갈 필요없이 채석강에서 다시 북진하기로 결정했다. 출발시간은 8시 40분. 채석강은 주상절리의 해안절벽이지만 이미 제주도 등지에서 비슷한 지형을 구경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그런 풍경일 뿐이다. 이 다음의 적벽강 모습도 마찬가지의 비슷한 풍경이다.  

 (적벽강의 풍경)

 

다시 돌아오는 길에 콘도 뒷길을 지나가며 보니 격포항 방향으로 파란 화살표 표시가 그려져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보았던 변산 ‘마실길’ 표시이다. 그런데 우리가 걸어가는 역방향에는 그런 화살표가 그려져 있지 않았다. 나중에 노란 화살표를 딱 한번 발견했지만 그게 마실길 표시인지 확신이 들지 않아 그냥 지나쳐 버렸다.

 

이 길의 특징은 변산반도의 해안을 따라 걷는다는 것인데 그 절반 가량은 30번 국도를 따라 가는 거고, 나머지는 백사장이나 해안 바위, 그리고 오솔길을 걷는 코스이다. 그런데 해안으로 들고 나는 경로 지시가 명확하지 않고, 그 해변길마저 밀물 때면 잠겨버린다. 이래서는 ‘걷는 길’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붙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나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군수 참석 하에 공식적으로 개통식까지 했다는 기사를 보고 오게 되었지만, 아직 외부에 대고 광고를 할 만큼 준비된 길은 분명 아니었다. 심지어 자기 집 뒷문 앞을 길이 지나가는데도, 콘도 직원들조차 그런게 있는지 조차 몰랐다.

 

30번 국도를 따라 걸으면서 왼편으로 바라다보이는 바다 풍경은 참으로 멋졌지만 길에 대해서는 약간의 실망감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던 그 찰나, 우리 눈 앞에 고사포의 솔숲이 나타났다. 길이 있을까 없을까 하는 걱정도 잠깐, 우리는 군말없이 숲이 부르는 소리를 따라 해변으로 들어갔다. 솔숲은 해변을 따라 약 1km 정도 계속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 해변의 솔숲길이 주는 마력에 흠뻑 취해 제발 이 길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길을 걸었다. 

 

 

고사포 해수욕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길을 못찾아 헤매는데 해변가의 하얀 3층 건물에서 한 남자가 나와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다. 감사한 마음에 이 건물이 뭐하는 데인지를 물어보니 원광대 수련원이란다. 복많이 받으시라. 그 길을 따라 가니 산 속의 오솔길이 나타나 잠시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바다를 바라보며 숲 속 오솔길을 걷는 기분은 마냥 평화롭다. 

 

 

하지만 금새 또다시 도로로 연결되는 길...우리는 30번 국도를 따라 걷다가 점심 시간이 되어 변산면소재지인 지서리에서 중국식당 <변산반점>을 찾아 들어갔다. 첫날부터 점심 식사로 자장면을 먹자고 계속 별렀건만, 마침 그 시간에는 중국식당이 없는 시골길을 걷고 있었기에 오늘껏 먹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그 쌓인 갈증을 풀려고 자장면 꼽배기를 시켜 마음껏 먹었다. 시골의 곱빼기는 과연 양도 많고, 값도 4,000원으로 보통보다 500원밖에 더 받질 않더이다.

 

식사 후에는 길도 모르면서 무조건 국도를 피해 논과 수로 사이의 농로를 따라 걸었다. 머지 않은 수로에 백로들이 곧잘 출몰하여 좋은 기회다 싶어 사진찍기를 시도해보았지만 만족할 만한 장면이 나오질 않는다. 좋은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진득이 기다리는 호흡이 있어야 좋은 사진을 얻을 텐데 잠깐 몇 초의 투자로 욕심을 부리다니 안될 일이다. 그러면서 걷다보니 바닷가 마을 대항리를 지나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몇 안되는 이 길 기행문에서 읽었던 곳이다. 우리가 얼떨결에 제 길을 찾아온 것이다.

 

대항리에서는 바로 변산해수욕장의 백사장길로 연결이 되었다. 1km 이상의 백사장을 걸어가며 잊을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바로 눈 앞 바다에서 전어들이 하얀 비늘을 번쩍이며 펄떡펄떡 뛰어오르는 장면들을 목격한 것이다. 이런 풍경은 백사장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지금 변산에 가시면 수면 위로 점프하는 제 철 전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변산에서 새만금까지는 도로길로 4km 남짓이다. 마지막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에 기대도 하지 않았던 좋은 휴식처를 만났다. 바로 <곤충-파충류 생태체험장> 옆 숲속 쉼터였다. 애완용 돼지 우리 바로 옆에 있는 이 숲 속에는 나무 벤치들이 많아 우리는 이곳에 드러누워 10여 분을 편안히 쉴 수 있었다. 13km 이상을 걷고 난 후 바람이 솔솔 부는 숲 속에서 양말까지 다 벗고 취하는 휴식은 아주 달콤하였다.

 

그리고는 새만금. 나는 작년에 전시관을 구경한지라 김선배만 보시게 했다. 그리고는 건물 뒤로 돌아가 그늘에서 쉬며 끝도 없는 새만금방조제의 위용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이 방조제가 가져다줄 이익과 손해에 대해 전에는 많은 생각을 하며 쳐다보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별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무덤덤하게 바라보다 토목건설의 힘이 만들어내는 그 역사의 현장을 떠나왔다.

 

오늘도 전주 친구가 우리를 새만금에서부터 태워다 주어 옥천까지 쉽게 올 수가 있었다. 그러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더라면 고생께나 했을 이동경로였다. 그 배려의 마음씀에 새삼 감사드린다. 내일은 내가 참여하고 있는 서울 광진구의 <어울림산악회> 회원들이 정기산행을 하는 날이다. 그들이 옥천의 장령산(장용산)을 등반하기로 했다. 우리 두 사람은 내일 아침 평곡사거리란 곳에서부터 약 6km를 걸어서 장령산 휴양림까지 갈 작정이다. 그리고는 산악회와 함께 산을 오를 계획이다.

출처 : 김영춘 BLOG
글쓴이 : 아차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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