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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보여행 2일차(9. 11) - 태백산을 오르다.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9. 27. 08:44

9. 11(금) 맑음

 

 

아침 6시 30분 기상. 알람 소리에 간신히 일어났다. 온 몸이 두들겨 맞은듯 뻑적지근하다. 간신히 준비를 하고 나서자 시차 극복을 못해 잠을 설친 김선배가 일찍 서둘러 모텔 주인에게 말해서 주변의 식당에 아침 식사를 예약해두었다. 된장찌개로 맛있는 식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태백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나로서도 초행길이라 길이 서툴다. 백단사 입구에서 유일사 입구까지 도로를 따라 20분 가량을 걸어 올라갔다.

 

유일사 입구 매표소에서 정상인 천제단(1560m)까지는 4km. 아침 8시 10분에 산행을 시작해 쉬엄쉬엄 오르막길을 오르니 중간 지점 쯤에 <유일사>가 나온다. 그런데 유일사는 등산로에서 다시 100m 쯤 가파른 계단길을 내려간 옴팡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 지형적인 특성 탓인지, 물건을 담아 나르는 제법 큰 통이 삭도에 매달려 있었다. 물론 우리도 그 절까지 내려가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 못미쳐서 시작된 계단길이 꽤나 오래 계속되다가 태백산의 명물인 주목이 나타나면서 없어지고, 다시 보통의 산길이 이어진다.  태백산의 주목은 제일 오래된 나무가 600년이라는데 늙은 나무들의 기기묘묘한 형상이 등산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나무 가지들은 한결같이 바람이 불어오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누웠다.  

 

 

태백산의 정상인 장군봉(1560m)에는 천제단의 일부인 장군단이 세워져 있다. 돌로 둥그렇게 쌓은 제단 안에 여러 사람이 앉아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거기서 남쪽으로 300m 떨어진 봉우리(1556m)에는 <천왕단>이 있는데 이곳이 천제단의 주 제단인 셈이다. <태백산>이란 말뚝도 이곳에 세워져 있다.

 

천왕단은 장군단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인데 안의 제단 위에는 <한배검>이라는 비석이 세워져 있다.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내부에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하늘에 드리는 짧은 기도를 바쳤다. 우리나라에 정의와 사랑이 흘러넘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그런 나라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드렸다.   

 

하산길은 당골 방향으로 잡았다. 당골까지의 4.4km 하산길은 아주 잘한 선택이었다. 조금 내려가니 <망경사>란 사찰 앞에 물이 콸콸 쏟아지는 <용정>이란 샘이 있는데 물이 아주 시원하고 맛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기실 이곳이 낙동강의 진정한 발원지라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태백시에서도 공식적으로는 시내의 <황지>를 발원지로 인정하고 있다.

 

순탄한 내리막길이 계속되면서 갖가지 예쁜 야생화들이 등산로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있었다. 이럴 때는 꼭 '서울 돌아가면 야생화도감을 보고 공부 좀 해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그 때 뿐이다. 하산길의 절반 지점인 <반재>란 곳을 지나며 길이 갑자기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급경사의 돌계단을 500m 가량 내려가자 계곡을 만났다. 당골이다. 그제사 다시 길이 완만해지며 걷기 편한 흙길이 이어진다. 우리와 함께 내려가는 계류도 그야말로 명경지수이다. 들어가 세수라도 하고 싶지만 이곳도 상수원보호구역이라는 팻말이 군데군데 붙어있다.

 

 

 

어느덧 당골 종착점에 도착하니 12시 20분이었다. 숙소를 나서면서부터 4시간 30분을 걸었다. 등산로가 끝나자 넓은 광장이 나타나고 그 한쪽 끝에는 공연장이, 다른 쪽 끝에는 <석탄박물관>의 상징물이 우뚝 서서 위용을 자랑한다. 배가 고파진 우리는 광장 한켠에 서있는 큰 식당에서 열무비빔국수를 시켜먹었는데 기대밖으로 맛있었다. 이 식당의 남자 주인이 경남 창녕 사람이었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나서 원래 일정에는 있었지만 갈까말까 망설이던 우포늪 코스를 가기로 결정해버렸다. 그 대신 상주의 <경천대>코스를 빼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하회마을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도 같고해서 다음 기회에 꼭 가보기로 한다.

 

오찬 후 석탄박물관을 구경했다. 태백에 갔다면 한번쯤은 구경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산 공

부가 될 수 있는 장소이다. 태백산 도립공원 입장권(2,000원)을 산 등산객이라면 다시 박물관 입장권(2,000원)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 박물관 관람후 우리는 300m 아래의 버스 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태백시 시내로 들어갔다.

 

황지에서 내려 낙동강의 공식(!) 발원지를 구경하였는데 세 곳의 연못에서 물이 솟아올라 흘러 내려간다. 용출수가 많을 때는 5,000톤이나 되고, 가뭄에도 마르는 법이 없다고 하니 황지는 과연 영지라고 일컬어도 될만한 연못이다. 이 연못은 시내 한 가운데 있는데 태백시민들의 휴식 공원으로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었다. 

 

  

 

태백에서 한강과 오십천, 그리고 낙동강(?)의 동시 발원지인  검룡소, 낙동강 최상류의 명승지인 구문소 등을 가보고 싶었으나 버스 시간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었다. 태백역에서 안동역로 가는 기차편을 알아보았으나 정차하는 기차가 없었다.  버스편은 3시간 10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지도로 보면 그렇게 소요될 것 같지 않았는데 타보니 그 비밀을 알 수 있었다.

 

내가 탄 영주행 버스도 봉화 춘양면이란 곳에서 15분 이상 정차해서 다시 승객을 태웠고, 봉화에서도 5분가량 섰다. 영주까지의 충남여객 버스료는 11,900원. 영주에서 안동까지 다시 4,600원이었다. 시외버스 요금도 결코 만만치는 않았다. 다행히 영주에서는 안동행 버스가 많아 바로 갈아탈 수 있었다.

 

안동 버스터미널 주변을 둘러보니 여관들이 시끄럽고 지저분할 것같은 분위기였다. 그래서 다시 시내버스를 타고 내일의 목적지인 병천면과 가까운 풍산읍까지 와서 <테마모텔>이란 곳에 여장을 풀었다. 주변에 유흥시설이 없는 시골지역이라 조용하기 그지없고, 지은 지 얼마 안되어 깨끗하다. 무엇보다 PC방까지 있어 너무 좋았다. 방값으로 5,000원을 더 받았지만 말이다.

 

7시 30분 경 빨래를 끝내고 주인아주머니께 세탁기로 탈수를 부탁한 다음, 저녁식사를 하러 나갔다.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풍산읍 한우거리로 걸어가 <사옹원>이란 식당에서 소머리곰탕과 반주 1병으로 간단한 식사를 끝냈다. 태백산에서 땀흘린 것에 비해 오늘 저녁은 정말 이빨을 앙물고 자제력을 발휘한 다이어트메뉴였다. 그것도 주위에 한우 정육점식당들이 즐비한 거리 한복판에서...       

출처 : 김영춘 BLOG
글쓴이 : 아차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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