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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일요일 아침, 한강에서 자전거타기

명호경영컨설턴트 2009. 9. 27. 08:45


 

어제 일요일, 한 달만에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나갔다. 아침 6시 30분에 광장동 광남고등학교쪽 진출입로를 통해 강변으로 나가니 생각보다 사람이 적었다. 평일 아침보다 더 사람이 적다 싶은 것은 왠 일이었을까? 작년 여름이던가 일요일 저녁에 자전거를 끌고 한강에 나가본 적이 있는데 운동나온 사람, 산책이나 데이트 나온 사람들로 인산인해여서 자전거를 제대로 탈 수 없는 상황이었었다. 거기에 비하면 일요일 아침은 가끔 너무 느긋하게 갈지자로 걸어다니거나 자전거로 횡보하는 사람들 때문에 속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을 제외하고는 자전거타기가 훨씬 수월했다.

 

(광진구 광장동의 원경 - 워커힐호텔과 워커힐아파트가 보인다)

 

북쪽 강변을 따라 하류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자전거 전용도로와 산책로를 구분하는 공사가 곳곳에서 진행중이었다. 벌써 몇 달 전부터 계속해오던 공사인데 이게 완성되면 한강자전거타기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다만 사람들이 두 길을 잘 구분해주는 것이 관건인데 이미 완공된 구간을 달리면서 느끼는 것은 한강을 이용하는 도보 운동객 사이에 아직 그런 인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바로 옆에 산책로 전용의 흙길이 텅비어 있는데도 그들은 무심히(?) 자전거길을 걷거나 뛰고 있었다.


어쩌면 흙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도 모르겠다. 몇 주 전 공사 도중의 구간을 지나면서 보았는데 흙길이라는게 기본적으로 시멘트포장을 하고 그 위에 3~4cm 정도 살짝 흙을 덮는 식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조깅을 하러 한강에 나가서 그 위를 뛰어봐도 보통의 흙길을 걷거나 뛸 때의 느낌과 달리 포장길을 뛰는 기분이었다. 흙값이 비싸기도 하겠지만 기왕에 예산을 투입해서 시민들에게 한강산책로를 만들어주는 일이니만큼 겉모양에 치중해서 흉내만 내지 말고 제대로 좀 해줬으면 좋겠다.


청담대교 아래를 지나 늘상 가는 코스인 <서울숲>으로 들어가려 했더니 통로가 물에 잠겨 통행을 할 수 없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집중호우가 내린지 일주일이 더 지났는데 아직도 복구가 안되어 통행을 할 수 없다니 이해가 잘 안된다. 뚝섬 쪽으로 나가서 돌아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왠지 마음이 안내켜 오늘은 포기한다. 중랑천을 만나는 길로 들어서자 강변의 공기에 약간 역한 냄새가 섞여 있음을 느낀다. 중랑천을 조금 거슬러오르다 나무다리를 건너간다. 거기서부터는 다시 한강을 향해 한남대교 방향으로 달렸다.

(잠실 쪽 강변의 모습이다. 핸폰으로 찍어 흐리지만 멀리 잠실스타디움도 보인다)

 

오늘의 반환점은 반포대교. 고수부지와 거의 수평으로 연결되는 잠수교에는 넓은 자전거도로까지 놓여져 있어 한강을 건너는 라이더들에게 애용되는 다리이다. 천천히 강바람을 음미하며 남쪽으로 강을 건너는데 금발의 외국인 여성이 나를 추월하여 쌩 지나간다. 한강을 달리다 보면 가끔 젊은 외국인들이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모차에 어린 꼬마들을 태우고 나온 젊은 외국인 부부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강 남쪽 자전거길을 달린다. 반포 고수부지는 아직도 강물이 범람했을 때 덮힌 뻘이 남아 있다. 한 달전 여기를 왔을 때는 여자 비치발리볼 대회가 열리고 있어 서양 아가씨들의 장대하고 늘씬한 몸매에 압도당하며 게임을 구경한 곳이었는데...


상류 방향으로 달리는 길은 배로 힘이 들었다. 아까 올 때와는 달리 미약하나마 아무래도 오르막 경사가 있다고 봐야 하고 더욱이 바람까지 역풍이기 때문이다. 쉬운 코스만 달리고 끝나면 좋으련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맞바람을 안고 달려가야 한다. 고개길을 힘들여 오르고 나면 내리막길의 신나는 질주가 보상으로 기다리는 것과는 반대이다. 무슨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자전거타기도 이렇게 인생의 철리를 배울 수 있는 취미다.       

 

탄천과 만나는 합수지점에 이르자 역시 중랑천과 마찬가지로 비릿한 냄새가 풍긴다. 아무리 깨끗해졌다고 해도 하수종말처리장 부근에서의 악취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런데 이 지점을 지나 탄천 상류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양재천이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냄새도 안나고 잘 꾸며진 조경 사이로 자전거타기가 아주 쾌적해진다. 강남의 힘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오늘은 시간관계상 양재천까지 가는 건 포기다. 합수지점 조금 상류에 있는 잠실수중보는 오늘도 세차게 물을 내려보내고 있었다. 최근 상류 쪽에서 많은 비가 내린 여파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중보를 바라보면서 이명박정부가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4대강 개발사업을 떠올렸다.


(잠실 수중보)

 

정부가 발표한 4대강 개발계획을 보면 이런  수중보를 19개(16개+3개?)나 만든다고 한다. 비가 많이 오면 수문을 여는 가동수중보 방식이라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나 수중보와 수질개선이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내 상식으로는 아직 이해가 되질 않는다. 더욱이 자연생태계 복원이라는 엉뚱한 목표를 이 사업에 붙여놓은 것은 반대여론에 대한 눈속임이 아닌가 싶어 몹시 언잖다. 3년만에 전국의 4대강을 다 뒤집어놓고 콘크리트를 쳐발라놓으면 생태계가 복원되는가? 


기본적으로 22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는 어마어마한 개발사업을 하면서, 지금이 박정희시대나 전두환시대도 아닌데 예비타당성조사와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거치지 않고 번개불에 콩구워먹듯 밀어붙이는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여기에 생태계 복원 운운은 참으로 가당찮은 말이다. 노후제방 보강이나 친수공간 확보, 유량조절용 댐과 하수정화시설 설치 등으로 국한해서 재추진해야 마땅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오염하상이나 천정천에 대한 준설도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해나가야지 한꺼번에 온 강을 다 뒤집어놓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생태파괴적 자살행위이다. 


천호대교를 지나 광진교에서 다시 다리를 건너 강북으로 넘어왔다. 광진교는 이명박대통령이 서울시장시절 다시 건설한 다리이다. 처음에는 보행자 전용다리로 만든다더니 결국 4차선 도로가 놓인 다리가 되고 말았다. 그것을 이번에 서울시가 다시 개조공사를 하여 차선을 2개로 줄여 인도를 넓히고 공원처럼 꾸몄다. 한쪽 인도에는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만들어놓았다. 이만큼도 전보다는 훨씬 나아졌지만 기왕 개조를 할 바에는 처음 계획대로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도로로 만들어버렸다면 세계적 명물이 되었을텐데 참 아쉬운 일이다. 어차피 차량들은 바로 수백미터 지척의 천호대교로 주로 다니고, 광진교에는 차량 통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광진교의 일요일 아침- 운동하러 나온 사람들이 차보다 훨씬 많다)


복중의 한여름이지만 아침 일찍이어선지 바람도 약간 불고 청량한 날씨여서 그리 더운 줄도 

모르고 자전거를 탔다. 2시간 동안, 총 32km의 즐거운 ‘일요일 아침 라이딩’이었다. 

 

* 카메라를 잊고 나와 핸드폰으로 대신 찍었는데 생각보다 사진이 잘 나왔다.

         



출처 : 김영춘 BLOG
글쓴이 : 아차산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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