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10(목) 너무나 멋진 날씨.
미국 아이들같으면 it's lovely day. 라고 말했을 환상적인 날씨였다. 아침 7시 10분 동서울터미널에서 진부행 시외버스에 올랐다. 소요시간 2시간 15분. 진부에서 9시 40분에 다시 오대산 상원사행 시내버스를 탔다. 상원사 입구의 찻집 겸 매점 <소풍가>에서 컵라면과 감자떡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자동차 차단기가 설치된 구 446번 지방도로, 지금은 인적도, 차적도 없는 임도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입구의 안내판에는 이 길의 종점셈인 홍천군 내면의 국립공원관리공단 분소까지 16.5km라고 적혀 있다.
과거 차가 다녔던 길이라 큰 자갈이 많이 깔려 있어 걷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말고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는 길의 호젓함이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다. 두로령을 올라가면서 내려오는 사람 둘과 우리를 지나쳐간 공무차량 2대 말고는 도대체 모든 것이 종적을 감춘 길을 5시간 동안 걸었다. 특히 오르막 6km가 끝나고 두로령에서 내려가는 12km(고개마루의 이정표인데 아마 명개리까지의 거리인 것같다)는 아무런 기척이 없는 그야말로 적막강산이었다. 나중 길가 풀숲에서 김선배를 놀래킨 작은 뱀 한 마리만 제외하고...
내리막길이 더욱 운치가 있었다. 가끔 왼쪽에 열리는 전망에서 오대산의 깊고 큰 숲, 나무의 바다를 바라보는 눈맛도 시원하고, 더 내려와서는 티없이 맑아보이는 명경지수의 계류가 우리의 발길을 유혹했다. 하지만 군데군데 '출입금지'라고 써붙인 팻말이 끝내 우리를 말렸다. 끝무렵에는 발이 아프지만 계곡물에 발을 담그거나, 길가 바위에라도 걸터앉아 쉴 수도 없는, 오직 길만 있는 상황에 지루해지기도 했으나 맑은 하늘과 울창한 숲의 향기와 야생화들의 다소곳한 자태들이 우리를 위로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인적이 없는 호젓한 길을 다른 데서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 마음을 닦으려 수도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이 길을 찾아 걸어볼 일이다. 하루의 시간을 소비함에 전혀 후회가 없는 멋진 길이었다. 내면공소에서 도와주러 온 차량을 만나 바로 태백시로 향했다. 31번을 거쳐 59번 국도를 따라 남하하는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였다. 태백에 도착하자마자 태백산 유일사 매표소 입구의 <태백산장>에 가서 닭백숙을 먹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중에서 가장 맛있는 백숙이었다. 여러분도 꼭 한 번 도전해보시라. 절대 후회없을 것이다.
지금 이곳은 태백산 백단사 입구의 <그린힐모텔>인데 세탁기도 쓰게 해주시고, 내실의 컴퓨터도 쓰게 해준다. 덕분에 여러분께 빨리 1보를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저씨가 귀가하셔서 더이상 앉아있는 게 눈치보인다. 해서 사진 올리기는 내일로 미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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